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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교재생

폐교 재생 시리즈 ④편: 주민이 직접 기획한 폐교 재생 이야기– 공간을 바꾼 것이 아니라, 사람들의 삶이 바뀌었다

폐교 재생은 단지 낡은 건물을 다시 쓰는 일처럼 보일 수 있다. 하지만 진짜 폐교 재생은 공간을 넘어 지역의 일상, 관계, 삶의 방식을 다시 짜는 작업이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주민 스스로 기획하고 참여한 폐교 재생이 있다.

지자체와 정부 주도의 탑다운 방식에서 벗어나, 주민들이 스스로 목적을 설정하고, 방향을 정하며, 운영까지 이어가는 폐교 재생은 지역 활성화의 가장 건강한 모델로 주목받고 있다. 이번 글에서는 주민 주도형 폐교 재생의 실제 사례들을 중심으로, 그 안에서 어떤 변화가 일어났는지, 어떤 방식으로 기획되고 운영되었는지를 자세히 살펴본다.
공간이 아닌 사람이 중심이 된 폐교 재생, 그 진짜 이야기를 전하고자 한다.

 

주민이 직접 기획한 폐교 재생 이야기

사례 ①: 강원도 정선 ‘햇살학교’ – 주민이 만든 마을배움터

강원도 정선군의 작은 산골 마을.
이곳의 폐교는 2018년까지 50년 넘게 초등학교로 운영되었지만, 학생 수가 줄어들면서 문을 닫게 되었다.
몇 년간 방치되던 폐교는 2021년, 마을 주민들이 직접 나서면서 폐교 재생의 새로운 모델이 되었다.

주민들은 먼저 마을총회를 열어 이 공간을 그냥 썩힐 수 없다는 공감대를 형성했고, 외부 전문가가 아닌 마을 이장과 활동가가 주축이 되어 ‘햇살학교’라는 이름의 마을배움터로 기획을 시작했다.
이 폐교 재생 공간은 현재 주민들이 직접 운영하는 강좌, 목공 수업, 독서모임, 아이 돌봄 공간 등으로 활용되며, 마을의 공동체 기능을 다시 살려내고 있다.

리모델링은 외부 업체에 맡기지 않고, 주민들과 청년 자원봉사자들이 함께 페인트를 칠하고 마룻바닥을 보수하는 방식으로 진행되었다. 그 과정 자체가 공동체 회복의 계기가 되었고, 지금도 매주 이곳에서는 주민 운영위원회 회의가 열린다.
폐교 재생이 단순한 정책이 아니라, 주민의 자율적 기획과 실행으로 완성될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 대표 사례다.

 

사례 ②: 전라남도 고흥 ‘마을카페 학교’ – 할머니들이 만든 커피 공간

전남 고흥의 폐교 한 곳은 2020년까지 학생 수 부족으로 폐쇄되었다.
이후 2년간 방치된 폐교 재생에 나선 주체는 마을의 60~70대 여성 어르신들이었다.
처음에는 마을회관처럼 사용할 수 있을 거란 기대였지만, 어느 날 우리도 커피 한번 내려보자는 제안이 나오면서 이야기는 완전히 바뀌었다.

주민들은 마을 회비로 중고 커피 머신을 구입했고, 직접 유튜브를 보며 커피 내리는 법을 배웠다.
지자체에 마을카페 시범 사업 제안을 제출했고, 결과적으로 폐교 일부 공간을 마을카페 학교라는 이름으로 리모델링해 커피 공간으로 꾸몄다. 지금은 매주 토요일이면 이 할머니들이 직접 운영하는 카페가 열리며, 인근 마을 사람들과 방문객이 삼삼오오 모여든다.

폐교 재생이 지역의 고령 인구와도 연결될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상징적인 사례이며, 기획부터 운영까지 주민의 자발적 참여가 100% 반영된 공간이다.
특히, 이 공간은 단순한 수익 창출을 넘어서 세대 간 교류, 지역 내 정체성 강화로 이어지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사례 ③: 충북 제천 ‘작은도서관학교’ – 책과 함께 살아나는 마을

충북 제천의 폐교는 주변 3개 마을 주민들이 함께 쓰던 중심 학교였다. 폐교 이후에는 마을 간 교류도 끊기고, 공동체 행사도 사라졌다. 하지만 2022년, 세 마을 주민들이 다시 힘을 모아 작은도서관학교라는 이름의 폐교 재생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이 공간은 아이들을 위한 독서 교육 프로그램과 함께, 성인 대상 글쓰기 수업, 사진 전시회, 시 낭독회 등 다양한 문화 콘텐츠로 채워졌다. 마을 어르신 중에는 퇴직한 교사가 직접 도서관 관장으로 나서기도 했고, 청년 귀촌자들은 웹 포스터와 SNS 운영을 맡았다.

현재 이 폐교 재생 공간은 3개 마을의 거점 커뮤니티 센터로 활용되며, 지자체의 행정센터보다 주민들의 발길이 더 잦은 곳으로 자리잡았다.
주민 주도의 폐교 재생은 이렇게 공간을 중심으로 잊혀졌던 공동체를 다시 연결하는 힘을 보여준다.

 

주민 주도 폐교 재생의 특징

위 사례들에는 몇 가지 공통점이 있다.
첫째, 기획 단계부터 행정이 아닌 주민이 중심이 되었다는 점이다.
둘째, 운영에 필요한 자원을 스스로 확보하고, 필요한 경우에만 행정의 도움을 요청했다는 점이다.
셋째, 공간의 목적이 수익이 아니라, 마을의 필요에 의해 설정되었다는 점이 특히 중요하다.

일반적으로 탑다운 방식의 폐교 재생은 이 공간을 어떻게 활용할까?라는 질문으로 시작되지만, 주민 주도 폐교 재생은 우리 마을에 지금 필요한 게 무엇인가?에서 출발한다. 이 출발점의 차이가 곧 콘텐츠의 질과 지속 가능성의 차이로 이어진다.

 

주민 참여를 유도하는 정책의 필요성

주민이 주도하는 폐교 재생은 무조건 주민에게만 맡긴다고 성공하는 것이 아니다.
행정은 적절한 거리에서 지원자이자 가이드 역할을 해야 한다.
이를 위해 필요한 정책은 다음과 같다:

  • 소규모 주민 기획 공모제 도입: 아이디어 단계에서도 예산 일부를 지원해 실제 실현 가능성 검토
  • 폐교 재생 자율운영 예산 신설: 리모델링 예산이 아닌, 주민 운영비 지원
  • 마을 매니저 양성 프로그램: 주민 중에서 운영을 담당할 리더를 체계적으로 교육하는 프로그램 필요
  • 공유재산 사용료 면제 또는 감면: 주민이 주도하는 공간에 부담 없는 임대 조건 제공

이런 정책적 장치가 갖춰질 때, 주민 주도형 폐교 재생은 형식이 아닌 실질적인 모델로 정착할 수 있다.

 

폐교 재생의 진짜 주인은 공간이 아니라 사람이다

우리가 폐교 재생을 통해 얻어야 하는 것은 리모델링된 건물 그 자체가 아니다.
진짜 가치는 그 공간을 중심으로 다시 연결된 사람들, 만들어진 관계, 그리고 함께 만들어가는 과정에 있다.
주민이 스스로 기획하고 실행한 폐교 재생은, 자립성과 연대, 자긍심을 회복하는 계기가 된다.

앞으로의 폐교 재생은 더 이상 예산을 투입하고 끝나는 프로젝트가 되어서는 안 된다.
마을이 주도하고, 행정은 뒤에서 밀어주며, 지역의 삶을 바꾸는 작고 단단한 변화의 거점이 되어야 한다.

 

폐교 재생, 사람을 중심에 둘 때 진짜 시작된다

이번 시리즈 ④편에서는 주민이 스스로 만든 폐교 재생 이야기를 중심으로 살펴보았다.
이제 우리는 알고 있다. 폐교 재생의 성공 여부는 건축 자재나 디자인이 아니라, 그 공간을 누가 왜 어떻게 쓰는가에 달려 있다는 것을.

진정한 폐교 재생은 주민 한 명의 작은 제안에서 시작될 수 있고, 그 움직임이 마을 전체를 변화시킬 수 있다.
사람이 중심이 된 폐교 재생, 그것이야말로 우리가 지향해야 할 지역 재생의 미래다.